#12. 개밥바라기별_황석영 소설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사람은 씨팔... 누구나 오늘을 사는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여요?"
"신나니까.... 그냥 말하면 민숭맹숭 하잖아"

"그제서야 일 끝난 뒤의 나른한 피로가 기분 좋게 어께와 장딴지로 퍼져갔다. 목마르고 굶주린 자의 식사처럼 맛있고 매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은 어디에 있는다. 그것은 내가 길에 나설때마다 늘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저는 학교에 다니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학교는 부모들과 공모하여 유년기 소년기를 나누어놓고 성년으로 인정할때까지 보호대상으로 묶어놓겠다는 제도입니다. 국민학교에 입학한 이래, 등교시간부터 하교시간까지 일정한 시간을 규율에 묶여서 견디어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어길 수 없는 법입니다. 규율을 어긴 자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쫓겨나야 합니다. 쫓겨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사회는 규율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규율을 어기면 학교에서 퇴학당함으로써 좋은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누릴 기회를 박탈당할 우려가 있지요.
  그렇지만 혼자서 온종일을 보내고 나니까 자기 시간을 스스로 운행할 수가 있었지요. 가령, 책을 읽었어요. 그 내용과 나의 느낌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정리가 되어서 저녘녁에 책장을 닫을 때쯤에는 갖가지 신선한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또 어떤 날에는 어려서 멱감으로 다니던 여의도의 빈 풀밭에 나가 거닐었지요. 강아지풀, 부들, 갈대, 나리꽃, 제비꽃, 자운영, 얼레지 같은 풀꽃들이며, 논두렁 밭두렁의 메꽃 무리와, 풀숲에 기적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주황색 원추리 한 송이, 그리고 작은 시냇물 속의 자갈 사이로 헤집고 다니는 생생한 송사리 떼를 보고는 눈물이 날 뻔했거든요. 눈썹은 건드리는 바람결의 잔잔한 느낌과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는 구름의 행렬, 햋빛이 지상에 내려앉은 여러가지 색과 밀도며 빛과 그늘, 그러한 시간은 학교에서 오전 오후 수업 여섯시간을 앉아 있던 때보다 내 삶을 더욱 충족해주는것 같았습니다.
  내 인생의 대부분이 이런 충족된 시간들이 아니라 제도를 생산하는 규율의 시간 속에서 영향받고 형성된다는 것에 저는 놀랐습니다.
  저는 월말 학력고사의 피해자가 저 한 사람이 아니리라 믿고 있습니다. 복도에 석차와 점수가 공개되어 붙을 때마다 수치심이나 모욕감은 커녕 모두 부질없다는 비웃음이 입가에 떠오르지요. 숫자 몇 개나 부호 또는 단어 몇 마디를 적어나가던 시험지의 빈칸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이것은 적응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훈련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장기에 얼마나 잘 순응하는가에 따라서 직업의 적성이 결정되고 어느 등급의 학교를 어느 때까지 다녔는가에 따라 사회적 힘이 결정되겠지요. 이러한 위계질서가 권력과 재산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는 고등수학을 배우는 대신 일상생활에서의 셈을 하는것으로 충분하여 주입해주는 지식 대신에 창조적인 가치를 터득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어느 책에 보니까 인식은 통일적이로 총체적인 것이며 이것저것으로 나눌 수 없다고 하던데요. 자유로운 독서와 학습 가운데서 창의성이 살아난다고도 합니다. 결국 학교교육은 모든 창의적 지성 대신에 획일적인 체제 내 인간을 요구하고 그 안에서 지배력을 재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모두가 신사의 직업을 우리들 앞에 미끼로 내세우지만 빵 굽는 사람이나 요리사가되는 길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독 짓는 이든, 목수는, 정원사는, 또는 아무일도 택하지 않는 것은, 피아노 배우기에서 여러 단계의 기계적인 손동작을 강조하는 교본들 대신에 예를 들면 처음부터 직접 "등대지기"라든가 슈베르트의 "연가곡" 같은 노래를 연습하면 안 되는 것인지, 굳어져버린 코 큰 외국인의 석고상을 그리기보다는 학급 친구나 아우의 얼굴 또는 늙으신 고향의 할머니를 그리면 안 되는 것인지, 이것들도 제도 안의 최소한의 변화인데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모든 선택의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도는 두려움에 몸이 떨리기도 하지만 미지의 자유에 대하여 벅찬 기대를 갖기도 합니다. 물론 힘들겠지만 스스로 만든 시간을 나누어 쓰면서 창조적인 자신을 형성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결국 제도와 학교가 공모한 틀에서 빠져나갈 것이며, 세상에 나가서도 옆으로 비켜서서 저의 방식으로 삶을 표현해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저의 자퇴 이유입니다."
                                                                                                                - 개밥바라기별 본문 발췌

"나는 이 소설에서 사춘기 때부터 스물 한 살 무렵까지의 길고 긴 방황에 대하여 썻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다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 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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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묘미는 이렇다. 소설을 읽는 과정중에서는 "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라는 궁금증이 끊임없이 지속되며 이해가 밍숭맹숭하게 되다가도 마지막장을 탁 하고 덮는 순간 "아...." 라는 나즈막한 경탄사와 함께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준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사회가 정해놓은 규율 밖에서 살기를 다짐한다. 그리고 진정 자신이 가진 하루를 즐기기 위해 자신의 시간들을 자기가 운행하게 된다. 즉, 황석영은 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네가 하고 싶은것을 향해 나가라!"라고 메세지를 투영시키고 있다. 

  나는 나에게 되질문 한다.

"네가 하고 싶은것이 무엇이냐"

"... ..."

  초등학교 코흘리개부터 정석을 마스터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될때까지 나의 사춘기는 그냥 그렇게 흘러갔다. 남들이 다 하는 공부에 따라 사회적인 틀에 내 자신을 맞춰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 책상 위에서 펜대를 굴려가며 시간을 지새웠다. 그리고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대학에 들어갔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의 깊은 성찰과 고민이 없지 않았나 생각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한다. 라는 주제는 누구나가 동의하고 모두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하고 싶은지, 자신의 인생을 걸고 하더라도 후회가 없을만한 일인지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아마 황현희가 상을 받으며 "제 영혼을 팔아서라도 웃겨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던말은 그와 일맥상통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 2009. 1. 25
by 헌쓰 | 2009/01/25 14:37 | Reader (Book, Media) | 트랙백(26)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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